겁먹지 마. 전화 한 통이면 끝이다.
일산명월관요정에 전화하려는데 손이 떨렸다. 진짜로. 전화기를 들고 10초쯤 멍하니 있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여기 요정인데요..."라고 해야 하나? 웃기지 마. 그냥 눌렀다. 투르르. 투르르. "네, 명월관입니다." 목소리가 편했다. 호텔 프론트 같은 차가운 톤을 상상했는데 완전 딴판이었다. 동네 형 같았다. 그 순간 긴장이 확 풀렸다.
오후 2시에서 6시. 이 시간대가 골든타임이다. 아침엔 재료 손질하느라 정신없고, 저녁엔 이미 손님 맞고 있다. 낮에 전화하면 신실장이 여유롭게 받는다. 목소리 톤부터 다르다. 금토 저녁은 전쟁이다. 진짜 전쟁. 2주 전에 잡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수요일 오후 3시. 전화기 너머로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 네! 몇 분이세요?" 그게 첫마디였다. 존댓말인데 따뜻했다. 묘한 느낌. 처음 전화한 건데 단골한테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한테는 어색한 손님이 없는 것 같았다.
1. 날짜, 요일
2. 인원수
3. 저녁 몇 시쯤 갈 건지
4. 모임 성격 (회식인지, 접대인지, 가족인지)
그러면 알아서 해준다. 진짜 알아서. "아, 4분이시면 안쪽 방이 좋겠네요. 정원 보이는 데로 잡아드릴게요." 내가 뭘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접대라고 하면 넓은 방, 가족이라고 하면 조용한 방. 20년 넘게 이 일을 한 사람의 감이다. 식당 예약이랑 차원이 다르다.
둘이서도 간다. 마흔 명이 몰려가도 된다. 방 크기가 다르니까. 우리는 네 명이었는데 적당한 방을 잡아줬다. 앉으니까 딱 좋았다. 무릎이 닿을 만큼 좁지도 않고, 소리 질러야 할 만큼 넓지도 않고. 이 감각. 이게 경험에서 나오는 거다.
한 번 실수한 적 있다. 토요일 오후 5시에 전화했다. "오늘요? 아... 죄송합니다." 그 침묵이 길었다. 자리가 없었다. 당연하지. 토요일인데. 그 다음부터 배웠다. 금토는 2주 전. 이건 규칙이다.
전날까지 연락하면 된다. 갑자기 6명에서 8명이 됐다? 전화해. 조절해준다. 근데 당일에 아무 말 없이 안 가는 건... 그러지 마. 여기 사람들이 아침부터 재료 준비하고 방 세팅하고 있다. 노쇼는 어디서든 나쁜 거다.
"저 처음인데요." 이 한마디를 꼭 해라. 부끄러운 거 아니다. 이걸 말하는 순간 신실장의 모드가 바뀐다. 코스 설명부터 자리 안내까지 열 배는 더 친절해진다. 첫 손님한테 잘해줘야 단골이 되니까. 신실장도 그걸 안다.
카카오톡 예약? 네이버 예약? 없다. 전화만 된다. 불편하다고?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근데 전화가 오히려 빠르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 됩니까?" "네, 7시 어떠세요?" 15초면 끝난다. 앱 켜고 날짜 누르고 시간 고르고 하는 것보다 빠르다.
숨겨진 정보
전화할 때 말투가 중요하다. "혹시 이번 주 금요일 자리 있을까요?" 이렇게 시작해라. 명령조 말고 물어보는 톤. 그러면 신실장이 "몇 분이세요?"부터 시작해서 전부 다 잡아준다. 여기는 전화 한 통에 성의가 드러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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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들은 신실장 번호를 즐겨찾기 해놨다. 예약뿐 아니라 "오늘 뭐 좋은 재료 들어왔어요?" 이런 것도 물어본다. 그러면 "오늘 활전복 좋은 거 들어왔습니다" 이런 답이 온다. 정보력이 달라지는 거다.
하루에 한 번! 어떤 행운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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