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명월관요정 코스 안내

입에 넣는 순간, 눈이 커진다

일산명월관요정 코스 요리? 반찬 많이 나오는 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완전히 틀렸다. 여기는 반찬집이 아니다. 코스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순서대로 하나씩 나온다. 근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탈리안은 빵으로 입을 달래지만 여기는 그런 거 없다. 음식 자체가 흐름이다.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가고, 다시 가볍게 마무리한다. 이걸 처음 경험하면 입이 멍해진다.

시작 — 위를 깨우는 한 그릇

첫 접시. 전복죽. 양이 적다. 한 세 숟가락 분량. 이걸 보고 "에이, 이것밖에 안 줘?" 하면 초보다. 이게 전략이다. 빈속에 따끈한 죽 한 숟가락 넣으면 위가 깨어난다. 전복 향이 코끝까지 올라온다. 같이 간 친구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나를 쳐다봤다.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아직 첫 접시인데.

중반 — 계속 나온다, 끝이 없다

잡채가 나왔다. 잠깐. 이게 잡채라고? 우리가 아는 그 느끼한 잡채랑 얼굴이 다르다. 당면이 가늘다. 기름기가 없다. 채소를 씹으면 아작 소리가 났다. 뷔페 잡채를 떠올렸던 내가 부끄러웠다. 산적이 따라 나왔다. 쇠고기를 꼬치에 꿰어 구운 건데,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그 선. 그걸 맞추는 게 쉬운 줄 아나. 20년 주방에서 나오는 손끝이다.

갈비찜. 여기서 분위기가 바뀐다. 배가 이미 반쯤 찼는데 젓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고기를 건드렸더니 뼈에서 흘러내렸다. 뭐야 이게. 몇 시간을 고은 거야. 양념이 겉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살 속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나 이거 남기면 인생 후회할 것 같아." 웃겼다. 근데 진심이었다.

마무리 — 해물탕으로 끝

마지막. 해물탕이 뚝배기째 테이블에 올라왔다. 보글보글 소리가 났다.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솔직히. 근데 국물 한 모금 떴다. 시원한 게 목을 타고 내려갔다. 속이 풀렸다. 아, 이래서 마무리가 탕이구나. 계산된 거다. 밥. 그리고 수정과 한 잔. 이게 끝이다. 배부른데 개운한 이 느낌. 체한 게 아니라 충만한 느낌. 고급 레스토랑 가면 배고프게 나오잖아. 여기는 다르다. 배부르게, 근데 무겁지 않게. 그 밸런스가 진짜 기술이다.

대충 세어보면 열다섯 가지쯤 나온다. 근데 매번 똑같지 않다. 계절이 바뀌면 메뉴가 바뀐다. 봄에 갔을 때랑 가을에 갔을 때가 달랐다. 그래서 단골들이 계절마다 온다. "이번엔 뭐가 바뀌었어요?" 이러면서. 질릴 수가 없는 구조다.

팁:

해산물 못 먹는다고? 매운 거 못 먹는다고? 예약할 때 한마디만 해라. 신실장이 알아서 빼준다. 대신 다른 걸로 채워 넣어준다. 빈자리 없이. 이 융통성. 프랜차이즈에서는 불가능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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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가면 냉이 된장이 나온다. 여름에는 전복 물회. 가을? 송이버섯 전골. 겨울에는 꿩 만두가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네 번 가면 네 번 다른 코스를 먹는 셈이다. 단골 중에 "사계절 다 왔다"는 사람이 꽤 있다. 도장 깨기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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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이 30년 넘게 한정식만 했다. 다른 거 안 했다. 호텔 뷔페 제안도 있었는데 거절했다고 한다. 왜? "코스가 아니면 의미 없다"는 게 철학이란다. 고집이다. 근데 그 고집이 맛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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